카지노에서 얻는 수익에 대한 과세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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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의 이중 잣대: 슬롯머신과 카드게임의 과세 불평등
우리나라 카지노 산업의 이면에는 흥미로운 세금 정책의 아이러니가 숨어있습니다. 강원랜드를 비롯한 국내 모든 카지노에서 슬롯머신과 테이블 카드게임은 대표적인 도박 종목으로 나란히 자리 잡고 있지만, 세금 정책에서는 천양지차의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불일치를 넘어 우리 세법 체계의 특수성과 글로벌 카지노 산업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드러내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소득세법 제21조(기타소득) ① 기타소득은 이자소득ㆍ배당소득ㆍ사업소득ㆍ근로소득ㆍ연금소득ㆍ퇴직소득 및 양도소득 외의 소득으로서 다음 각 호에서 규정하는 것으로 한다.
14. 슬롯머신(비디오게임을 포함한다) 및 투전기(投錢機),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구(이하 “슬롯머신등”이라 한다)를 이용하는 행위에 참가하여 받는 당첨금품ㆍ배당금품 또는 이에 준하는 금품(이하 “당첨금품등”이라 한다)
슬롯머신 등으로부터 당첨된 소득은 기타소득에 해당된다. 이 경우,당첨금액의 20%(3억 초과금액은 30%)기 원천징수가 됩니다. 단, 건당 당첨금액이 200만원 이하인 경우 과세최저한에 해당되어 소득세가 과세되지 않습니다.
슬롯머신에서 터진 잭팟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소득세가 부과되지만, 바카라나 블랙잭 테이블에서 획득한 거액의 칩은 과세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같은 공간, 같은 목적의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차별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은 우리나라 소득세법의 '열거주의' 방식에 있습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득세법은 법률에 명시된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슬롯머신 당첨금은 명확히 기타소득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카드게임에서 획득한 금액에 대해서는 어디에도 관련 규정이 없습니다. 이로 인해 같은 카지노 내에서도 게임 종류에 따라 과세 여부가 갈리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카지노 카드게임 수익을 기타소득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라스베가스나 마카오 같은 세계적인 카지노 도시에서도 카드게임 수익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어, 국내에서만 이를 시행할 경우 국제적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경쟁력 저하 우려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미 2001년 세법 개정 당시 이러한 국제적 관행을 고려하여 카지노 카드게임 수익에 대해 비과세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겠지만, 동시에 국내 세법 체계의 한계를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카지노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더해 실무적인 어려움도 지적합니다. 카드게임의 특성상 칩의 소유권이 수시로 바뀌는데, 이를 일일이 추적하여 과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퇴장 시 환전 금액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도 제시되었지만, 최초 투자금액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이처럼 카지노의 슬롯머신과 카드게임 간 과세 불평등 문제는 단순한 세법 개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세법 체계의 특수성, 글로벌 카지노 산업의 관행, 그리고 실무적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 세법 체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또한, 국제 경쟁력 확보와 공정한 과세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히 카지노 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세법 체계 전반에 대한 재고찰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 속에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세법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깊이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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